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결과 예측은 여론조사, 모델링 및 시장평가의 세가지 방법으로 수행된다.
1. 여론조사
후보 지지율은 선거 예측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매일매일 여론 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기관은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를 취합하여 평균값을 산정하여 발표하는데, 여론조사의 범위와 질 등을 고려하여 가중치를 달리 적용한다. 집계 기관별로 약간씩은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볼 수 있다.
1.1. 지지율 추세
도널드 트럼프는 올해 내내 조 바이든에 앞섰고 1차 TV토론(6월27일)과 총기 피습사건(7월13일)을 계기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TV토론 이후 엄청난 사퇴압박을 받은 바이든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경선을 포기(7월21일)하였다. 후보직을 승계한 카멀라 해리스는 지속적으로 지지율을 높였고 8월 초 두 후보 지지율은 역전되었다. 민주당 전당대회(8월19~22일) 및 2차 TV토론(9월10일)은 모두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였다.
[그림1]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 변화 (각종 여론조사 종합, 출처는 RealClearPolitics)
미국 선거는 전체유권자의 단순 다수결 투표가 아니고 주별 선거인단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최다득표자와 최다선거인단 확보자가 다를 수 있다. 2000년과 2016년 민주당의 앨 고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총득표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선거인단 경쟁에서 각각 조지 W. 부시와 트럼프에게 뒤져 패배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인 전장이 될 7개의 주(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건,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아리조나)에서 초박빙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 또한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림2] 경합주 지지율 변화 (각종 여론조사 종합, 출처는 RealClearPolitics 및 New York Times)
1.2. 샤이 트럼프 지지자
8월 이후 해리스 지지율이 일관되게 트럼프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지만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핵심 이유는 샤이 트럼프 지지자 문제이다. 아래 차트는 세번의 대선에서 선거가 있던 해의 8월 이후 민주당 후보(클린턴, 바이든, 해리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격차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그림3]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지지율 격차 (%포인트, 2016, 2020, 2024년 각종 여론조사 종합, 데이터는 RealClearPolitics, 차트는 필자 작성)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대체로 트럼프보다 6~10%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높았고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일관되게 트럼프를 앞섰으나 그 격차는 바이든의 격차보다는 작았다. 특히 선거 막판 격차는 2%포인트 정도였고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이 두 차례의 선거에서 드러난 만큼의 샤이 트럼프 지지자가 있다고 추정하면 이번 선거는 어떨까? 해리스의 트럼프에 대한 격차는 8월 이후 상승했지만 2%포인트 초반을 넘지 못했고 10월 이후로는 오히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번 선거가 2020년보다 2016년에 가까울 수 있다는 (또는 그보도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퍼지는 이유이다.
2. 모델링
일부 기관은 확률 모델을 구축하여 선거결과를 예측한다. 모델별로 사용하는 변수와 가중치는 다르지만 후보의 인적 특성, 주별 당파성, 경제적 성과 등 많은 요인을 복잡하게 고려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물론 포함된다. 과거의 선거 결과에 기반해서 모델이 구성되기 때문에 당연히 과거의 선거는 잘 설명하지만, 그것이 미래 선거 예측의 정확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은 모델 자체를 완전히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모델 별로 결과가 동일하지도 않다. 증권 회사별로 주식시장 전망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림3] 대선 결과 확률 모델링 예측 추이 (출처는 차트에 표시된 각 기관)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 인물은 네이트 실버이다. 그는 2008년 선거결과 예측은 스포츠 경기 승패 예측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com)를 설립했고 대선 예측에 나섰다. 높은 적중도로 명성을 높인 실버는 2023년부터 독립적으로 실버불리틴을 발행하고 있다. 실버불리틴 모델(해리스 49.5%, 트럼프 50.2%)과 파이브서티에이트 모델(해리스 48%, 트럼프 52%)은 최근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예측을 업데이트하였다. 이코노미스트 매거진이 컬럼비아 대학의 계량정치학자 앤드류 겔만 교수 팀과 함께 구성한 모델은 10월 18일 현재 해리스 승리 확률을 여전히 더 높게(해리스 54%, 트럼프 46%)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미디어 더힐 역시 예측모델을 운영하는데 가장 최근 예측은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50%의 당선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3. 시장(또는 도박사)의 평가
선거예측 모델링이 금융 시장에서 전문기관 의견과 유사하다면 예측시장(또는 정치도박이라고도 불린다)에 나타난 승률은 선물 시장의 가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도박사)은 특정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스스로 추측하고 그것에 기반하여 자신의 돈을 투자(베팅)하고 결과가 맞으면 수익을 올리고 틀리면 손해를 본다.
미국의 예측 시장 플랫폼은 여러 곳이 경쟁 중인데 프리딕트잇(PredictIt)이 전통의 강자이고, 근래에 성장한 비트코인 기반 폴리마켓(Polimarket)이 규모가 가장 크다. 최근에 칼쉬(Kalshi)는 금융소비자보호국(CFTC)를 상대로 소송에 승리하면서 미국 최초로 공적 승인을 받은 예측 시장 플랫폼이 되었다. 플랫폼 별로 해리스와 트럼프의 승률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인 추세는 동일하다. 8월초부터 10월초까지 엎치락뒤치락 박빙이었다가 최근 급격히 트럼프 당선 가능성(56~60%)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4] 대선 결과 예측시장 베팅 (출처는 차트에 표시된 각 기관)
예측시장의 옹호자들은 투자자 한명 한명의 예측 방법은 다 다르지만 주식이나 선물 시장의 가격이 집단 지성의 산물이듯 예측시장에 나타난 승률 역시 다른 어떤 방법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금융 시장에 비합리적 행동이 광범위하듯 예측시장 베팅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도박, 베팅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이것은 다른 파생상품시장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 단어에 너무 얽매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또 이 승률 격차는 지지율 격차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예컨데 트럼프와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이 60%와 40%라는 것은 (가상적으로) 선거를 백번 하면 득표율 차이가 크든 작든 트럼프가 60번 승리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지 두사람의 득표율을 60%와 40%로 본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모델링의 승리 가능성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5. 마치며
지금까지 세가지 측면에서 미국 대선 결과 예측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초접전 상황이라 예측 리스크가 크지만 나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해리스보다 조금이나마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당선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다. 따라서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예측할 뿐이다. 그리고 그 예측에 따라 개인의 투자, 기업의 전략, 국가의 정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이 그러한 예측과 대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