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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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칼럼] 닉슨에게는 키신저가 있었다… 윤석열은? 술 안 마실 때도 위험, 주변에는 동창생 클럽 뿐.

대통령이 술에 취해 적국을 폭격하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쓸 데 없는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고,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아침까지 기다려 봅시다.”

미국 CIA 고위급 인사인 조지 카버에 의하면 1969년 북한이 미국 정찰기를 격추했을 때, 술에 취한 닉슨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지시했다. 합참에 경계가 내려지고 어디를 폭격해야 할지 문의가 들어오자,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제동을 걸었고 이들은 다음날 아침 대통령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미국 정보요원에 의하면 닉슨은 수영장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캄보디아 폭격을 지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키신저는 ‘대통령 지시대로 하면 매주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경계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므로 절대 술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지키는 일이다. 그 점에서 닉슨은 예외였는데 군과 백악관의 참모들이 ‘술 취한 대통령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키신저의 용기와 미국 안보팀 전체로부터 받는 높은 존경과 카리스마 덕택이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대통령이 자주 폭음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심지어 12월 3일 위헌적 계엄령 선포에서 보듯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도 망상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과연 윤 대통령이 술에 취하거나 망상에 빠져 주변국에 무력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가? 또 주위에 키신저처럼 용기와 지혜를 갖고 만류할 관료가 있는가?

‘바이든-날리면’도 참았는데, 미국도 포기했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위헌적 계엄령 선포에 앞장 섰고, 주요 안보라인의 인사들은 대통령 및 김장관과 뜻을 같이 하는 고교 동창생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어 달 전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려고 폭격을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얘기가 나왔던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전직 고위 관료 한 분이 ‘안 그래도 그런 얘기들이 좀 있는데, 미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정부야말로 한미 동맹에 손톱만큼이라도 누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정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이마저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TV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깊은 우려를 보였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은 미국이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정보 실패 아니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심하게 오판했고, 계엄은 매우 문제 있고 위법한 행동으로 예측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의회의 계엄 해제를 환영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에 더 노출돼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동맹관계와 경제 신인도도 위태롭다. 여야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통령 탄핵에 나서 한국 민주의의의 강도와 회복력을 보이고, 국민과 동맹국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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