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돈의 흐름, 정치 예측 시장.

Conceptual finance and economy image of crowd of people and flying money over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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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치러질 거라고 예상됐던 올해 미국 대선에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그때마다 미국 언론은 수많은 분석과 예측 기사를 쏟아내는데, 특이한 항목 중 하나가 예측 시장에 나타난 당선 가능성 변화이다. 오늘은 도대체 정치 예측 시장은 무엇이고, 그 평가는 얼마나 정확하고 중요한 것인가 살펴본다.

예측 시장 반응

아래 차트는 예측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지난 3개월간 미국 대선 후보에게 베팅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자세한 메커니즘은 뒤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숫자가 높을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한동안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지난 5월부터 트럼프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주요 사건별로 살펴보자.

[그림 1] 미국 대선 후보별 당선 가능성 변화. (단위 %, 출처 RealClearPolitics, 7개 주요 예측 플랫폼 평균)

첫 번째 변곡점.

5월 30일 (트럼프 51.8→47.7, 바이든 35.8→39.2) 뉴욕주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성추행 입막음 자금 제공 혐의와 관련하여 34건 기소 항목 모두에 대해 유죄로 평결하였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트럼프가 앞서 나갔다.

두 번째 변곡점.

6월 27일 (트럼프 51.7→54.8, 바이든 35.7→22.2)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참패한 후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바이든은 당 안팎으로부터 물러나라는 거센 압력을 받았지만 완강하게 버텼다. 이 기간동안 현 부통령인 카밀라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두 명 다 트럼프에 비해서는 한참 뒤에 있었다.

세 번째 변곡점.

7월 13일 (트럼프 56.3→63.3, 바이든 14.3→14.8, 해리스 16.3→9.8)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괴한으로부터 총기 공격을 당했고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구했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올리는 유명한 사진을 남겼다. 

네 번째 변곡점.

7월 21일 (트럼프 61→58.4, 바이든 9.5→0.3, 해리스 18.2→29.7) 바이든은 조지 클루니 등 고액 기부자들과 민주당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하자 더 버티지 못하고 차기 대선 불출마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였다. 해리스 승리 확률은 바로 30%대로 올라섰고,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8월 1일 현재 격차를 6.1포인트까지 줄인 상태이다.

예측 시장 메커니즘

예측 시장의 작동 방식은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동일하다. 아래 그림은 세계 최대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의 8월 3일 대선 베팅 화면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베팅하려면 55센트를 내야 한다. 이를 ‘트럼프 대선 승리 증권(share)을 55센트에 샀다’고 표현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1달러를 돌려받고(45센트 이득), 패배하면 한푼도 받지 못한다(55센트 손실). 트럼프 당선 증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가격은 올라간다(즉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림 2] 베팅 금액과 당선 가능성 (출처 PolyMarket)


반면 해리스 승리 증권 매입에 43.2센트가 필요하니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이득은 56.8센트이다. 이처럼 1달러를 얻기 위해 베팅해야 하는 금액이 해당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시장이 평가한 확률로 해석할 수 있다.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어떤 경로로든 미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증권을 1.4센트에 산 사람은 98.6센트라는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큰 돈을 베팅하려면 주식을 대량으로 사면 되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현금화하려면 보유 증권을 판매하면 된다. 이 때는 취득 가격과 매각 시점의 가격 차이가 손익이 된다. 플랫폼은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낸다.

예측 시장의 정확도

트럼프 피격 사건 발생 직후 국내의 한 유명 투자 전문가는 유튜브에 출연하여 트럼프 트레이드를 소개하면서 ‘트럼프 당선 확률이 70%에 육박하니 사실상 게임은 끝났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측 시장의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우선 예측 시장은 여론 조사와 매우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치 여론 조사는 투표 자격이 있는 유권자 집단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뽑아 답변을 받고, 표본이 전체 유권자와 비슷한 구조가 되도록 연령, 성별, 지역 등을 보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반면 예측 시장의 참여자들은 일반적인 유권자들이 아니고 예측을 통해 이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특정한 편향이 있을 수 있고 사후 보정도 하지 않는다. 거액을 베팅한 특정인은 예측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심지어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실제 최대 예측 플랫폼인 폴리마켓의 경우 규제에 의해 미국인은 참여할 수 없어 미국 밖에서 외국인들이 선거 결과에 베팅한다.)

이러한 특성이 정확도를 높일지 낮출지는 불분명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예측시장의 평가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예측 시장은 득표율이나 지지율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당락이라는 바이너리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라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쏠리면 지지율 격차보다 훨씬 큰 당선 가능성 격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역사상으로 보면 바이든과 트럼프가 처음 맞붙은 지난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정치 예측 시장이 예측한대로 승리하였다. 그러나 선거 직전까지 예측 시장에서 바이든의 승리 확률이 트럼프를 두배 이상 앞섰지만 개표 과정 내내 결과를 쉽게 가릴 수 없었던 혼전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예측이 아주 정확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경합을 벌인 2016년 대선의 경우 예측시장에서 클린턴이 선거 후반 내내 트럼프를 더블 스코어로 앞섰지만 실제 결과는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마치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여론 조사는 최소한 며칠이 필요한 반면, 정치 예측 시장에서는 가격에 실시간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처럼 대선이 혼전일 경우 선거 결과를 점치는 데 예측 시장의 평가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형성된 시장의 평가가 역으로 선거 캠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전세계에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미국의 대선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안보, 경제 등 여러 차원에서 미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지만, 예측 시장이 미미하고(경마, 경륜 등), 정치 예측 시장은 전무하기 때문에 시장에 나타난 당선 확률은 매우 낯선 개념이다.

이 글이 정치예측 시장의 작동 메커니즘과 특징, 한계를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림 3] 과거 미국 대선에 대한 예측 시장의 평가 (출처 RealClearPolitics, 2020년과 2016년)

사족.

정치 예측 시장의 적법성은 매우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미국은 모든 예측 시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상품거래법에 따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감독한다. 다만 예측 대상이 위법활동, 테러, 암살, 전쟁 등과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위원회가 판단할 경우 베팅은 금진된다. 최근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선거 예측을 금지 항목에 편입하려고 하고 있고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측 시장이 특별한 허가를 받았을 경우에만 허용되고 포괄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미국 등의 국외 예측 시장에서 베팅을 할 경우 국내의 도박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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