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칼럼] 반복된 시그널과 언론의 단정적 전망, 한껏 무르익은 기대감… 연준도 민주당에 베팅했나.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이벤트가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반반이라 동전 던지기(coin flip)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 회의를 시작했다. 미국 기준 금리를 어느 정도 인하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FOMC 위원들이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회의에 들어갔다. 한국시간 19일 새벽 3시, 기준금리 변경과 향후 전망을 발표한다.
세 가지 포인트.
- 금리 인하는 확정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다만 통상적인 25bp 인하(베이비컷)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이례적으로 50bp 인하(빅컷)까지 나갈 것인지를 둘러싸고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일고 있다.
- 나는 세 가지 포인트를 중요하게 본다. 첫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강력하게 빅컷을 선호하고 있고, 둘째, 이는 그동안의 시장의 컨센서스나 경제 전문가들 예측과는 전혀 달랐다. 셋째, 정치적 측면에서도 검토할 부분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시장의 예측이란.
- 흔히들 시장 예측이라고 하는 것은 금융 전문가들의 예측(마켓 컨센서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보다는 투자자들의 실제 거래에 반영된 기준금리변화가 더욱 중요하다. 이것을 진정한 시장 예측이라 할 수 있다.
- FOMC가 타겟팅하는 기준금리는 ‘미국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하루동안 차입할 때 지불하는 이자율’로 연방기금금리라고 불린다. 실제 연방기금금리는 거의 전적으로 FOMC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 그런데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미래의 연방기금금리 월평균값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을 거래하고 있다. 선물시장에 나타난 미래의 연방기준금리로부터 역으로 FOMC의 통화정책을 거꾸로 유추할 수 있고(약간의 가정이 필요하다), CME는 이것을 페드워치(FedWatch)라는 이름으로 매일 발표한다.
빅컷의 기대감이 커졌다.
- 아래 그림은 8월 이후 일자별로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FOMC 금리변화를 요약한 것이다. 녹색과 청색 막대는 각각 스몰컷(25bp)과 빅컷(50bp) 인하 확률이고 회색 실선은 이 확률분포의 평균이다.
- 최근 빅컷(50bp) 확률이 34%(9월10일)에서 14%(11일)로 뚝 떨어졌다가, 그 다음날부터 급격히 상승해서 62%(16일)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시장의 예상 삭감 규모는 며칠 사이에 약 1회(1.1)에서 약 2회(1.6)로 바뀌었다.
- 11월과 12월 FOMC 결정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10월에는 FOMC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아래 그림은 시장에 반영된 12월 FOMC결정이다. 연내 총 삭감 규모에 대한 시장 예측은 약4회(11일 4.2)에서 약5회(16일 4.8)로 빠르게 상승했다.
- 요약하면 시장은 최근까지 ‘연내 세번의 회의에서 4회 삭감을 예상하면서도 이번에는 1회 삭감(스몰컷)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나, 12일 이후 ‘이번에 2회 삭감(빅컷)하고 연내에 총 5회 삭감’하는 것으로 판단이 달라졌다.
데이터가 달라졌다.
- 시장의 예측은 1차적으로 경제 데이터에 반응한다. 앞의 9월 FOMC 예측 그림에서 2회 삭감확률이 급격히 올라간 또 다른 날자는 8월2일이다(전날 22%에서 74%로 상승). 이날 발표된 7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가 예상보다 낮고, 실업률이 4.3%로 시장 컨센서스 4.1%보다 높게 나오자 급격한 경기 후퇴 우려가 확산되고 연준이 금리를 가속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된 것이 이유였다.
- 이후 통화정책 예측은 각종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했다. 9월11일 빅컷 가능성이 크게 하락한 것은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거비 등의 상승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남아있다고 보고 급격한 금리 인하는 물 건너 갔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메시지도 달라졌다.
- 하지만 12일 이후의 빅컷 가능성 상승은 경제 데이터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루어졌다. 중요한 경제 데이터 발표도 없었고 지정학적 변화도 없었다.
- 오로지 월스트리트 저널의 “연준의 금리인하 딜레마: 빅컷과 스몰컷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라는 기사가 상승을 견인했다.
- 이 기사는 연준이 스몰컷과 빅컷을 두고 고민중이라고 하면서 빅컷의 장점을 상술해서 빅컷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 기사 전까지 사실상 스몰컷으로 결정난 것으로 받아들였던 시장의 예측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 기사를 작성한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연준 내부 상황에 정통하여 ‘연준의 은밀한 목소리(Fed whisper)’로까지 불리는 인물인 데다가, 파월 의장과 가까운 전직 연준 인사들이 인터뷰에 참여하였다. 시장은 이 기사가 사실상 연준 의장의 마음을 읽은 것으로 받아들였고, 갑자기 빅컷 가능성을 높여잡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예측은?
- 선물시장에 반영된 예측이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의 변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의 판단은 어땠을까?
- 시카고대학은 세계 최정상급 경제학자 패널을 대상으로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사를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파이낸셜 타임즈 의뢰로 9월 11~13일 조사에 이와 관련된 항목이 있다.
- 학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1) 9월 FOMC에서 스몰컷 확률을 92%, 빅컷 확률을 5%로 보았다. 심지어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도 3% 있었다. (2) 연말까지 누적해서 보면 총 2.3회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번의 회의 동안 두차례 정도 스몰 컷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시장의 판단보다도 더 보수적인 예측이었다.
연준의 최종 판단은?
- ‘연준은 신중한데 시장이 조급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은 적어도 최근 상황에는 맞지 않다. 오히려 정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일까지 시장은 스몰컷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연준은 이 기대대로 금리를 25bp 인하한 후 늘 하던대로 ‘향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되, 필요시 적극적 금리 인하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시장은 아무런 이견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 연준이 빅컷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을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나는 여기에 공감하는 편이다. 연준 인사가 직접 발언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기사화한 것은 블랙아웃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FOMC 전전 토요일부터 회의 다음날까지 통화정책 이슈에 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거나 분석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11월이나 12월이 아닌 9월에 빅컷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하지만 근거가 강한 주장은 아니다. 앞서 살펴 본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패널 조사에 의하면 연내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은 7%에 불과하고, 내년 침체 개시 주장도 38%였다. 과반수인 56%는 가시적인 시간 내에 침체가 도달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 또 연준의 이런 행보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8월23일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도 매우 강한 톤으로 인플레이션이 끝났음을 알리고 향후 노동시장 부양을 위한 방향으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서 시장의 환호를 산 바 있다. 최근 연준의 행보는 빅컷 기대를 접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빅컷 가능성 있어’라고 열심히 설득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가 초접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 인하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불가피하게 정치적 논란은 일어날 것이다.
- 이미 트럼프는 불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7월16일)에서 “연준은 대선 전에 금리 인하를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연준이 시장과 전문가 예측을 모두 거스르면서 빅컷 가능성을 높이는 이례적인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빅컷을 하면 연준이 민주당을 돕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음모론이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진위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논란만 분분할 것이다.
- 연준의 결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다른 의미의 정치에서 연준은 의도한 바를 이미 이루었다. 시장의 빅컷 예측이 이미 대세가 되었기 때문에, 연준은 빅컷을 하더라도 ‘시장의 예측대로 금리 인하 규모를 결정했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물론 그 예측을 연준이 만든 것이라는 것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